Small Painting With A Big Heart
작은그림 · 큰마음
1부: 4월 2일(월)-4월 7일(토)
황영성 이수동 김태호 주태석 이석주
한만영 장이규 정현숙 정규석 송수남 홍석창
2부: 4월 9일(월)-4월 14일(토)
황주리 김일해 최석운 김재학 이호철
이두식 전광영 민경갑 배병우 구본창
진정으로 그림을 사랑하는 행위에 대하여
임창섭(미술평론가)
노화랑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작은 그림·큰마음>전시를 연다. 정확하게는 16년 전인 1991년에 처음으로 같은 제목으로 전시를 했고, 1999년에도 열었었다. 그러니까 이번이 네 번째 <작은 그림 ․ 큰마음>전이 되는 것이다. 노화랑에서 기획한 이 전시들은 미술문화 애호가뿐만 아니라, 화랑들 사이에서도 성공적인 기획으로 종종 입에 오르내린다. 관람객들에게는 화랑 문턱을 낮추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유명작가의 작품을 비교적 수월하게 소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갤러리 사이에서는 일반 관람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간파한 기획의도와 그에 대한 큰 반응에 좋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에 입소문이 난 것 같다.
하지만 시기심 반 부러움 반이 섞인 여러 입방아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하는 점은 정작 다른 부분에 있다. 우선, 이러한 전시기획은 그동안 많이 논의되어왔지만 어느 화랑도 시도하지 못했던, 즉 미술시장에서 해야만 하는 화랑의 역할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있다. 그것은 작품 크기와 예술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점은 이미 지난 해 서문에 <작은 그림 ․ 큰마음>전은 크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스스로가 만든 미적 평가기준과 안목으로 그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찾게 하려는 기획이다. 그리고 소극적인 문화활동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미적 즐거움을 느끼려는 행동, 즉 작품을 구입하는 행동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기획전이다. 미술감상이라는 문화활동은 단순히 보고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직접 행동하고 소유하는 적극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진전해야 완성되는 것이다’라고 쓴 것과 같다.
또 하나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하는 점은 심각한 현상으로 떠오르는 미술계의 편향성을 거부하고, 모든 예술의 변하지 않는 원론인 다양성과 노화랑 만의 개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우리 미술문화 현상을 해외경매의 작은 성공과 날로 높아가는 국내경매의 관심 그리고 여러 미술펀드 형성 때문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요인으로 보이는 현상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바닥에는 우리 미술계가 심각한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미술품 애호가들이 경매나 펀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에는 진정으로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그림을 돈으로만 보려는 세태 때문이다. 여기에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룬 작가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도 이런 걱정을 더 하게 한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들이 별로 없다. 요즘은 기발한 매체의 사용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만 미술관 전시에 초대된다. 그리고 신기해 보이는 작품을 만드는 젊은 작가들 작품으로만 기획하려는 미술관과 화랑들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박수근 작품만 미술시장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는 과장된 시각 때문에 다양하면서도 개성있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미술시장에 없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선풍기 40대 값이구나!”
‘이당 김은호의 부채그림이 135만원에 낙찰되자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었다. 박수근의 그림이 220만원을 호가하자 “엽서만한 그림이 200만원이라니…”하는 말도 나왔다. “그림 한 장에 집 한 채 값이구나!”라는 묘한 비교가 계속되었다.’ 이것은 1979년 6월 8일 한국근대미술품 경매전이 진행된 신세계미술관의 풍경을 묘사한 당시의 신문기사이다. 대략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박수근의 그림이 인기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때의 신문기사들처럼 경매장에서 야유를 보내거나 이상한 웃음으로 일부 부유층의 돈 자랑을 구경하는 자세였다느니, 값을 올리기 위한 조작극이라느니 하는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작품을 돈으로 환산해서 보려는 분위기는 오히려 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네 번이나 같은 제목으로 열리는 <작은 그림 ․ 큰마음>은 진정으로 미술작품을, 그림을 사랑하는 행위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그림을 산다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제거하면서 한편으로는 돈으로 그림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이것은 즐거운 문화 소비행동을 유발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자신의 미적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대다수의 젊은 작가들 작품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예술세계를 만들고 발전시켜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획인 것이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하고 원숙한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을 제작하는 민경갑, 송수남, 홍석창 화백을 비롯해서, 화풍이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 김일해, 김재학, 김태호, 이두식, 이석주, 이수동, 이호철, 장이규, 전광영, 정규석, 정현숙, 주태석, 최석운, 한만영, 황영성, 황주리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이다. 이전에 했던 전시와 다른 점은 사진작가인 구본창, 배병우가 초대되는 것이다. 잊고 지내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소나무와 조선백자를 찍은 작품들은 이미 국내외에서 그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서 어떤 문맥이 일관해서 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미술계를 이끌고 떠받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어떤 현상을 단지 부정적인 시각만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긍정적인 시각에만 매몰되는 것 역시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 미술문화는 사회와 경제 환경이 좋아지면 그것을 더욱 확대하고 견고하게 만들어가려는 노력들이 지금까지 없었다. 상황이 좋을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을 소장하려는 문화소비 행위가 확산되어갈 때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 준비와 대책이란 작품을 구입한다는 행위가 진정으로 생활 속에 완전한 문화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미국 로스앤젤리스 말리부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Paul Getty Museum)을 세운 폴 게티는 이런 말을 했다. “20세기 야만인들은 예술을 감상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개화되고 문명화될 수 없다.”라고 할 만큼 미술품을 사랑했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미술관을 세우는데 사용했다. 그가 만약 미술작품을 돈으로 보았다면 굳이 돈으로 미술작품을 사고 미술관을 세우는 훌륭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