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painters of the 20th century
Seven painters of the 20th century
초대의 말씀
「20세기 7인의 畵家들」은, 박수근·이중섭·김환기·도상봉·오지호·이상범·변관식, 7인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이들은 우리사회가 어려웠던 50~60년대에 열정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낸 작가들입니다. 비록 사회적․경제적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었지만, 이들의 작품은 오히려 아름다운 창조력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21세기인 지금, 7인의 화가들과 같은 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여겨집니다. 사회․경제․문화 뿐만 아니라 예술 역시, 희망과 꿈을 가지고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자세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잊혀진 우리의 아름다운 정서를 되살리면 신나고, 활기찬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시는 이런 마음과 정성으로 기획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꿈과 여유를 줄 것이며, 아울러 우리의 눈과 마음에 즐거움을 선물할 것입니다.
한국근현대미술의 큰 산을 이루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시는 시간을 갖으시길 바랍니다. 덧붙여, 이번 전시를 위해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4월
노화랑 노승진
도상봉 1902-1977
도상봉은 주로 정물과 풍경을 즐겨 그렸다. 이 두 소재 가운데서도 특히 정물을 주로 그렸다. 그의 작품 속의 대상들은 인물이나 풍경, 정물인가에 관계없이 한결같이 정태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대상들이 한결같이 다소곳하게 정해진 위치에 정지해 있는 상태, 바로 이러한 정태적 요소가 그의 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조형적 특징으로 대상을 실험적으로 해석하거나 해체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아무런 대결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사실적이면서 수용적인 태도는 조용하고도 부드러운 도상봉의 개성을 창조해냈다.
박수근 1914-1965
박수근의 예술세계는 형식과 내용 양 측면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형식적으로는 갈색과 회색조를 기저 색으로 하여 화강석 표면 같은 독특한 질감의 화면 위에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선묘 중심으로 단순하게 표현해 낸 특징이 있으며, 내용상으로는 당시 궁핍한 시대의 사회상을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목이라든가 도시 변두리의 마을풍경,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있는 노인이나 아이들 혹은 귀가하고 있는 촌부 등 박수근 예술세계의 등장인물과 주위환경은 모두 전쟁의 상흔이 지나간 궁핍한 시대의 자화상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작가가 추구하는 따스한 인간애의 표현이다.
변관식 1899-1976
小亭 변관식은 전통적인 산수화가로 출발하여 한국적 정취가 넘치는 독자적 실경산수화의 한 전형을 이룩하였다. 금강산의 변화무쌍한 절경을 역동감 넘치는 구도와 둔중하고 거친 필치로 그려낸 힘찬 산세와 기암절벽은 그의 투박하고 강인한 정신성을 잘 보여준다. 특히 붓에 먹을 엷게 찍어 그림의 윤곽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먹을 칠해나가는 ‘적묵법’과 그 위에 진한 먹을 튀기듯 찍어 선을 파괴하며 리듬을 주는 ‘파선법’은 소정의 독특한 표현법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조형언어로 평가된다. 이러한 그의 산수화는 실경산수의 전통을 근대적으로 계승하는 의의가 있으며, 그의 검고 파격적인 그림은 곱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당시 화단에 대한 반발인 동시에 전통회화의 현대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오지호 1905-1982
오지호는 서구미술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던 초기의 도입기를 지나 서양회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첫 세대로서, 형식의 모방이 아닌 조형이념의 본격적 수용과 자기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 유학시절, 그곳 화단을 지배하고 있던 외광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일본의 풍토성과 기후성의 연관을 파악하고 우리민족의 따스한 감성과 우리나라의 밝은 태양광선, 자연환경에 알맞은 새로운 표현성 개발을 위해 노력하여 마침내 인상주의 미학을 정립하였다.
사물의 외부 모습에 충실한 서구의 인상주의 화풍과는 달리 사물의 내부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생명력까지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독자적 회화성을 획득하였다. 오지호는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자신의 인상주의적 회화이념을 고수하고 발전시켰으며 이에 대한 이론적 업적을 남김으로써 한국 근대회화사의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상범 1897-1972
靑田 이상범의 작품은 독자적인 화풍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이며,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에 절정에 이르게 된다. 그가 즐겨 그린 소재는 종래의 산수화에서 흔히 보이던 관념화된 천봉만학과 기암괴석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친근한 나지막한 한국의 산과 들판이었다. 안정된 수평적 구도의 정확한 전개와 부드러운 세필이 반복된 독특한 필치, 스산한 심리적 분위기와 같은 청전 회화의 특징들은 근대 한국화에서 청전 양식이라는 전형을 이룩하였으며, 전통회화의 묵색의 아름다움과 정신적 향토애의 무한한 정감을 표현하였다.
이중섭 1916-1956
이중섭은 야수파적 색감과 선묘위주의 독특한 조형감각에 원숙한 동양적 미감을 담아내는 표현주의적 성격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대상을 표현하면서 언제나 단순한 재현 이상의 그 무엇을 담아내고 싶어 했다. 어린 아이를 비롯한 그의 가족이나 소, 새, 비둘기, 물고기 등과 같은 그가 즐겨 다루던 소재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으로서 다분히 목가적이고 시정이 넘치지만, 그 속에서 보이는 깊은 그리움과 고독의 그림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예술에 무언가를 표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김환기 1913-1974
김환기의 작품은 구체적 형상의 유무를 떠나서 한국적인 정서가 주요 모티프가 된다. 그가 즐겨 그렸던 산, 백자, 항아리, 달, 매화 등의 소재들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영원관념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단순한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고 고도의 절제된 조형성에 의한 엄격한 화면구성을 통해 내용과 형식면에서 일체된 표현을 보여준다. 모더니즘의 형식미를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으로 풀어낸 김환기의 작품에서는 오랜 세월동안의 조형적 실험과 끊임없는 탐구로 빚어낸 한국적 정서의 표현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