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 Hee Sun
Suh Hee Sun
Connected-home
February 12 – March 1, 2025
Reception February 12, 2025 Wed. – 16 pm.
Gallery RHO
Connected-home
이전의 작품 ‘Mercy’는 우리 내면의 불완전한 감정을 보듬고 쓰다듬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일상의 이미지들을 스토리 형식으로 선보였다. 밝고 화려한 색채, 세밀하고 반복적인 패턴을 통해 감정의 변화무상함을 구상적인 이미지와 초현실적인 표현의 조형성으로 나타내었다. 그러나, 최근 작업에서는 과거 작업에 나타난 집의 외형적인 이미지와 복합적인 구성보다는 ‘집’ 이미지를 대상으로 본질적인 평온함에 더 집중하여 단순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집은 단순히 기능적 공간의 재현이 아닌 시간과 기억의 공간이며, 안식처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작품 속의 ‘연결된 집 Connected-home’은 구조적 공간과 정서적 공간의 중첩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조율된 공간을 재구성하여 시각화하였다. 공간을 분할하고 만들어 나가면서 보편적인 집의 의미를 떠나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공간, 사유가 되는 공간으로 그려지게 된다.
도시 속의 하늘과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집, 건물의 윤곽선(스카이라인)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하나의 집 경계선이 끝나고 또 다른 집이 연결되는 선들은 우연과 불완전함이 만든 또 다른 비구조적 집을 만들게 한다. 여러 선의 수평과 수직이 만나서 하나의 이미지로 구축되어가는 연결된 집은 때로는 비균형적이거나 비정형적일 수도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완벽한 관계성을 희망하며 온전한 집의 형태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불완전하게 연결된 집 속에서 내면의 질문과 맞닥뜨리는 명상은 위안의 시작이 된다. 그 공간 안에서 온전함과 불완전함은 기억의 잔상들과 관계를 반추하게 되며 안정감과 평온함을 채우게 된다.
발터 벤야민은 ‘건축은 흔적의 장소를 만드는 행동과 동일시 한다.’라고 했듯이 집은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존재의 흔적이 베여 있는 공간이다.’ 나의 작업의 시작은 여러 시점의 집 이미지를 연결해 우연적인 선들의 교차로 다듬고 생략되며 채워나가면서 비구조적 집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캔버스 위에 크레용의 무수한 색들을 긋고 겹치고 닦아내면서 자연스럽게 남은 색 면 위에 반투명의 물감을 여러 번 올리면서 흔적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그런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 다층적 기억의 흔적은 화면 속을 채워지고 정제된 감정의 무게감으로 남기게 된다. 단순화된 비구조적 공간 속에서 명료한 가는 선들은 작업의 마무리 과정에서 선을 그으면서 온전함과 불완전함의 감정의 깊이를 풀어내듯이 관대해지며 마무리하게 된다.
위대한 건축은 측정할 수 없는 것에서 시작하며, 설계과정에서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을 통하여
진행되지만, 마지막에는 다시 측정할 수 없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건축가 루이스 칸-
나의 작품 ‘연결된 집 Connected-home’은 가름할 수 없는 불완전한 감정의 흔적들로 공간을 채워 온전한 집으로 회복하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절제되어 단순하고 단단한 집이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서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