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MBAKYEON Kim Gi Ho
KUMBAKYEON Kim Gi Ho
April 24 – May 9, 2025
Reception April 25, 2025 Fri. – 16pm
Gallery RHO
우주를 새기며
2025년 3월 28일 (노화랑 개인전을 준비하며)
서울 북촌의 공방 금박연, 작은 정원에 매화 나무가 꽃을 가득 채울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곳 공방은 뒷마당 쪽으론 한옥으로 둘러진 계동이 한눈에 보이는 ‘도심의 아름다운 작은 섬’입니다. 휴가 온 관광객 중에는 가끔 대문 옆 제 작은 작업실 쪽마루에 앉아, 30분 이상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며 명상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오늘은 이곳 공방에서 저와 아내(박수영), 장남(김진호)이 함께 작업을 합니다. 평소에는 저의 집 작업실과 북촌 공방 두 곳을 오가지요. 금박 부금(付金)에는 여러 과정 중 저에게 가장 어려운 두 가지의 작업이 있습니다. 그것은 금박풀을 만드는 것과 금박문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금박풀은 금박을 붙이는 대상과 금박 사이를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 조선시대 의복에 금박을 부금 할 때는 아교와 어교를 사용했으며, 지금도 이를 사용하지만 좀 더 발전된 형태의 것들도 존재합니다. 풀은 잉크로 대상물에 인쇄하듯이 섬세하게 찍혀야하고, 적절한 점도와 강도 또한 요구됩니다. 기물의 경우에는 옻칠이나 황칠을 사용합니다. 즉 금박풀은 대상물에 따라 적절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하기에 기능적 측면의 넘어야 할 산입니다.
또 다른 산은 문양입니다. 금박문양은 그 형태에 각각의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적인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요. 이 외에 현존하는 시대적 문화의 특징도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양은 탄생 당시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문화적 생명체입니다. 이번 작품에 사용된 하나 하나의 금박문양들은 조선왕실에서 시작되어 금박연에 전승된 우리나라의 유산과 본인에 의해 진화되고 탄생되었습니다. 저는 이들을 어울려 새겨, 일정 규모의 ‘작은 금빛 우주’를 만들었습니다.
전통 문양이라는 것은 과거를 기반으로 진화하고 성장하는 생명과 같습니다. 또한 무생물인 작품들로 표현되어 고정되지만, 세월에 의해 퇴화되고 소멸됩니다.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우리들 개개인이나, 우주의 모든 생명과 물질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산을 오르내리며, 하루하루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은 때로는 힘들고 어렵기도 하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전시를 할 때면 마치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와 같은 상쾌함과 감동을 느낍니다.
저의 작업은 끊임없는 긴장과 기쁨의 연속입니다. 우리의 삶 역시 오름과 내림, 탄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작은 우주라 생각합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었을 때 보이는 하얀 나이테 속 흔적과 새벽녘 산 새나 풀 벌레의 울음 속에도 작은 우주가 존재하지요. 이를 별처럼 새긴 문양들은 우리 우주의 흔적입니다.
앞으로도 삶 속에서 좀 더 새롭고 아름다운 문양들로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가슴에 별을 품고, 금빛 우주를 새깁니다.
국가무형유산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