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Story
Golf Story
임창섭(노화랑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우리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권리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 그 권리를 찾으려고 누구나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누구나 행복할 혹은 행복해질 권리는 있지만, 이 권리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은 타인이 나에게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행복할 권리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권리인 것이다.
요즘은 한참 ‘웰빙’(well-bing)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현대사회의 주된 현상 중에 하나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인 까닭에 이런 현상에 맞추어 갖가지 상품이 시중에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이런 상품을 사용해야만 정말 몸이 건강해질 듯 싶기도 하다. ‘새집증후군’도 이러한 웰빙 의식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용어이다. 이런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은 현대인들이 건강과 행복에 대해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추측하건대 앞으로도 이런 관심과 욕구는 늘어만 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욕구에는 정작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바로 ‘마음’과 ‘정신’이 빠져있는 것이다. 아무리 건강을 염두에 두고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한다고 해도 완벽한 행복은 얻을 수 없다. 육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 건강은 물론이고 행복도 없는 것이다. 진정한 건강과 행복은 육체적인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사 환경조건이 누구에게나 같다고 하더라도, 개인 정신상태에 따라 느끼는 행복의 크기는 다르다. 재산과 명예를 남보다 더 많이 가졌다하더라도 자신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자신은 결코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남보다 많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행복찾기는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다. 물질의 여유와 육체의 건강만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을 아름답게, 자신의 정신에 여유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런 방법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똑 같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 중에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큼 정신 건강에 좋은 일은 없다. 한가롭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활동은 우리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고 행동양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바로 『골프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고, 우리의 정신에 여유를 주기 위한 기획전이다. 이 전시는 ‘노화랑’과 ‘에이스 회원권 거래소’가 공동기획하고 ‘사단법인 대한골프협회’가 후원했다. 그리고 역량있는 작가 17명이 참가해서 자신의 작업양식을 유지하면서 골프를 소재로 새롭게 제작한 작품 60여 점이 출품된다.
골프라는 운동은 누구나 알기만 하면 골프예찬론자가 될 만큼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여럿이 몇 시간동안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예찬론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집중력과 기다림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조그만 공을 작은 컵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공이 항상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요구사항은 골프에서는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여유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골프는 몸을 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정신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림감상 역시 자신이 즐길 줄 아는 능력만 있다면 더 이상은 필요한 것이 없다. 그저 아는 대로 혹은 보이는 대로, 느끼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어렵다고, 난해하다고 머리를 흔들며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림감상은 우리들 마음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전혀 되질 않는다. 그리고 올바른 감상법도 아니다. 그저 그림을 마주하면서 그림과 자신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여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만 하면 그림은 우리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가 된다.
바로 여기서 골프와 그림이 만나는 계기를 포착했다. 그리고 우리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골프이야기』는 그림과 다양한 현대문화와의 교류이다. 그 첫 시도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운동하는 골프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이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작은 적극적인 행복찾기에 대한 하나의 적극적인 행동이다.
그림은 앞으로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타 장르와 함께 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미술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친숙한 문화활동이어야 한다. 재미있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미술의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