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Man-Young
한만영
노화랑 노승진
자유롭고 명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단색조의 화면과 일련의 오브제, 사진들의 감각적 연출로빚어 왔던 한만영 선생님의 근작을 선보입니다.
우리의 의식을 둘러 싸고 있는 ‘미술’에 대한 관념을 늘상 새롭게 해석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력을 끊임 없이 자극해주던 그 특유의 작업이 이번 근작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더욱 함축적이고 명상적인 단색의 대형 화면에 거대하고 무한한 정신적세계의 가시화라면 그 화면에 하나의 악센트로 놓인 작은 화면을 일상적 세계로 이야기와 감각이 어우러진 의미와 내용의 세계입니다. 이 두개의 세계는 정적과 활력, 명상과 담화,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들이 함께 하면서 미묘한 긴장을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한만영 선생님의 그림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 들면서 감상자들의 시선을 무한히 받아 들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그 화면을 일종의 사변적인 상상의 공간, 철학적 공간으로까지 여기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화면은 무엇보다도 섬세한 긴장과 함축적인 메시지, 재현을 지운 자리에 피어나는 모호함과 언어화 할 수 없으며, 드러내고 표현할 수 없는 세계의 가장 끝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그림들입니다
한만영 선생님의 이 독특한 화면 구성과 연출 방식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세계, 이미지를 빌어 구현하는 미술의 그 오랜 숙명과 함께해 온 그 한계 너머의 지난한 노고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공간의 기원’과 ‘시간의 복제’를 거쳐 진행되어 온 작가는 그간의 작업에 결국 인간의 의식을 지배해 왔던 다양한 가치를 흔들고 수정하고 그를 통해 좀더 자유로운 상상력과 시각을 통하여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 과정이었다고 보여지며, 이는 다름아니라 여전히 미술의 존재 이유일 것 입니다.
공활한 가을 하늘을 닮은 한만영 선생님의 이 명상적인 화면 앞에서 다함께 사색에 잠겨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