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Chunsu
Kim, Chunsu
노화랑 노승진
푸른 톤의 터치에 느껴지는 힘찬 기운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수상한 혀’의 김춘수는 다양하고 요란한 매체와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시류와 무관하게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을 통해서 그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다.
말이나 시각적 이미지는 무언가를 서술하는데 있어서 그것을 하고자 하는 ‘의도’와 ‘목적’의 개입 때문에 오히려 현실과 본질에서 가장 멀어지게 된다는 아이디어는 80년대 초반 카메라를 매체로는 ‘드로잉’ 작업과 눈에 보이는 것과 실재간의 차이를 통합시킴으로써 양자간의 구조적 동일성을 고민했던 ‘창’ 시리즈를 거쳐서, 90년대의 ‘수상한 혀’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모티브이다. 미술에 있어서 ‘말’ 격인 형상적 이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명제 ‘수상한 혀’는 서술의도 개입으로 생겨난 현실(본질)과의 거리를 없애고 진솔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무의식적, 무의도적인 작가의 호흡을 반영한다. 보다 직접적인 느낌의 선을 표현하기 위해 붓 대신 손가락에 직접물감을 찍어 선의 긋는 행위에서 보여주는 호흡의 원조성은 선들의 무수한 중첩과 지워짐의 반복과정에 형식의 변화와 리듬을 부여하여 ‘기운생동’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아울러 엄격히 김춘수의 작품은 역설적으로 구체적 서술과 설득 없이 도보는 사람이 스스로 깨닫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표현방법이다.
이제는 10년 동안 진행되어 온 ‘수상한 혀’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 진행 될지 혹은 종길을 맺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 될지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시기이다. 작가의 선택가능성을 가늠해 보면서 그의 진지함과 깊이가 담겨진 작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