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라
이사라
What Happened in The Wonderland
2024.06.07. ~ 06.26
오프닝 : 2024.06.07. 18:00~
노화랑
<네 번째 차원>
노화랑 디렉터 노세환
모든 작가의 작품은 창작자를 닮아있지만, 이사라의 작품은 특히 이사라 본인과 작품 사이의 거리가 ‘0’에 수렴할 정도로 많이 닮아있다. 흔히 말하는 4차원적인 작가는 본인의 네 번째 차원을 작품에서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에 작가를 아는 이들은 이사라를 4차원적인 사고를 가진 특이한 작가라 생각하겠지만, 아마도 우리 모두도 저마다의 네 번째 차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사라는 본인의 4차원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게 보일 뿐이다.
이사라의 네 번째 차원은 본인의 이상적인 공간이다. 작가의 유토피아를 구축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이사라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516년에 라틴어로 쓰여진 토마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는 ‘초승달 모양의 농업을 기반으로 한 공산사회’. 이상향의 대표적인 레퍼런스이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경제적, 정치적 안정감을 최우선시하는 이상적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사라의 유토피아는 감정적인 안정감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흥미롭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이상향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지극히 개인적인 각자의 결핍을 반영하고, 또는 시대적 결핍을 반영하기도 한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먹을거리와 평등한 사회를 유토피아로 담았고, 이사라의 유토피아는 감정적으로 삭막해진 ‘현재사회’의 결핍을 반영한다. 사랑하는 감정이 온전히 감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현재의 결핍은 이사라가 본인의 네 번째 공간인 ‘원더랜드’를 구축하는 것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사라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몬스터’와 그의 역할이다. 이사라 작품의 주인공 격인 ‘소녀’와 그 ‘소녀’의 이상적 공간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세계관 안에서 노동의 개념으로 이들은 최하위 계층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이들에게 이런 노동에 대한 보상 개념도 잊지 않고 있다. 이를 보면 현실 세계에서 ‘소녀’도 ‘몬스터’도 본인 자신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일하는 자신과 일의 결과를 누리는 자신의 모습을 분리하여 세계관에 투영하며, 이 관계가 이상적인 공간을 마침내 구축하는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우리가 꿈꾸고 있는 이상이 멀리 있지 않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저 멀리 이루어지지 않을 다소 비관적인 현실을 자조하듯 바라보게 만드는 ‘유토피아’의 존재가 사실은 조금만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는 우리 바로 옆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사실을 작가는 그녀의 네 번째 차원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