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Art Fair-Han Un-Sung
韓雲晟 의 근작, 또는 매듭과 상황
미술평론가 吳 光 洙
소재의 애착은 작가의 조형적 관심을 가장 직재하게 반영해준다. 특히 그러한 소재가 일련의 반복행위로 나타나는 시리즈일 경우, 그의 관심은 퍽 지속적이란 사실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소재는 무거운 주제의 변형으로서 작가의 강한 의식의 구현으로 차용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림을 완성한 후에 적당히 명제를 부여하는 일부의 추상작품의 예와 같이 가볍게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엔 들어난 소여로서의 소재적 현상보다 소재를 선택 하게 된 심리적 추이와 이에 결부 되어지는 특수한 조형적 그물망에 주의를 모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표현하기 위하여 선택된 소재로서가 아니라 작가의 특수한 조형의 그물망 속에 걸려든 소재이기 때문에 애초에 소재 선택에 기울이는 관심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韓雲 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소재가 어떤 경우일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 있을 것이다. 그의 최근 작품은「매듭」시리즈로 일관되고 있다. 「매듭」이란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노•실•끈 같은 것을 잡아맨 자리가 등등하게 된 곳으로 풀이되고 있다. 바로 이 설명대로韓雲 의 화면엔 노나 끈 같은 것이 얽혀 불끈 하게 묶여진 부분이 클로즈업된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물로서의 소재라기보다는 특수한 상황이 소재화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매듭이란 묶은 자리의 돌출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韓雲 의 매듭은 특히 이 돌출부분이 강화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마치 매듭이란 단단히 묶여짐으로써 비로소 매듭일 수 있는 것처럼 그의 화면에서 만나는 매듭은 한결같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동반하고 있다.
필시 이 같은 현상은 서로 묶여진 자체만이 아니라 각각의 끈이나 노가 서로 묶여지면서 단단히 잡아당기는 강한 힘의 평창에 의해 일어나는 일종의 물리적 반응일 것이다.
어떤 작품에는 이 끈의 어느 한 부분이 가해지는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져가는 장면이 등장되고 있다. 아마도 그의 태반의 매듭은 조만간 이 힘의 상승작용에 의해 터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그의 화면엔 숨가쁜 긴장의 농축된 한 순간이 그야말로 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현 되어지고 있는 셈이다. 어느 듯 우리들은 이 숨가쁜 긴장의 순간 속에 자신도 모르게 함몰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확실히 그의 화면은 그러한 극적 클라이막스를 지니고 있다.
韓雲 이 지금까지 다루어온 소재적 범주란 극히 일상적인데 머물러 있음을 지적해 볼 수 있다. 「매듭」은 물론이고 그 이전의 가로수 받침대나 일그러진 캔이나 다 같이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비속한 것들이었다. 특히 가로수 받침대나 매듭 같은 것은 우리들 주변에 널려있는 것이긴 하지만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들이다. 아니 회화적 소재로서도 무지 관심을 끌 내용이 아니었다.
바로 이 점에 그의 비속한 일상소재는 특별 난 데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들 소재의 맥락에서 발견하는 것이 다름 아닌 소여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들의 어떤 특수한 상황의 극적 선택이란 점이다. 일그러져 버린 깡통이 그렇고 얽혀 메여져 간신히 가로수를 버티어 주는 받침목이 그렇다. 조만간 터질 것 같은 매듭이 그렇다.
말하자면 그가 기울이고 있는 관심은 어떤 연출된 상황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연출된 상황은 그의 화면자체내의 일정한 상황연출에 의해 더욱 높게 상응되고 있다. 즉 그의 화면은 이제 막 작품을 시작해서 그것이 채 완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태다.
그리다가 만 듯한 부분이 적지 않게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어떤 상황의 진행을 생생한 감동으로 포착 하기 위해 항시 완결을 유보해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만간 폭발할 어떤 극적 클라이막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