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Kyunghea
Single Form
정신성을 읽어야 하는 추상미술은 늘 관람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다. 특히 현대는 혼성적이고 광범위한 개념 속에서 서로의 것이 없는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 관람자의 너그러움을 요구한다. 우리는 과연 이 시대정신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구체적인 형상이 없고 사각의 모노크롬 색면의 반복으로 무어라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세계, 환상, 꿈 등을 그린 것이 송경혜의 작품세계이다. 화면에 격자로 천조각을 부친후 그 위에 수차례의 붓질로 두터운 마띠에르를 형성하여 보일 듯 말 듯 붓의 흔적에서 삶의 단편들을 보여준 작가는 최근에 와서는 사각의 형태는 가지고 있으되 음의 흔적만으로 보여준다.
늘 마주치는 거리,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각자의 생활 환경들이 모두 다르고 그러한 삶을 담아내기 위해 우리는 늘 ‘가방’을 들고 다닌다. 우리 삶의 단편들을 담은 ‘가방’에서 사각의 형태를 따왔다는 작가는 우리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 우리 개개인의 삶을 담아내고 그것을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노화랑에서 보여지는 ‘Single Form’전은 언뜻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아름다운 단색의 반복된 격자 무늬와 그사이사이 보일 듯 말 듯 올라온 바탕색들의 맛깔스러움…서로서로 어긋나서 발생되는 이 새로운 경험들은 송경혜가 보여주는 새로운 매력이다. 과거 두터운 마띠에르에서 보여 주던 삶의 무거운 깊이를 흔적(자국)으로 단순화 시켜 새로운 시각효과를 보여 주고 있는 이번 신작들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가가 꾸며놓은 작은 음모 들을 읽을 수 있다. 보이는 것 을 싫어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바쁜 것을 싫어하고 섞이는 것을 싫어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좋아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한 가지 길로만 가는 것을 좋아하고 기분 좋은 ‘시원함’을 추구한다. 꼭 이것이 아니 여도 저것이 될 수 있는 편안하고 유쾌하고 어찌 보면 얄미운 것이 송경혜의 작품세계이다. 무엇을 간절히 원하기보다 우연히 생긴 좋은 일로 기뻐하는 것이 그의 삶이다.
송경혜는 우리삶의 무거운 고뇌와 욕망을 ‘예술’과 ‘삶’의 상호 개입으로 우리에게 잔잔한 마음속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신정아 성곡미술관 수석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