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m Jik Soon
색채, 필치, 회화적 형상의 충만
이구열 ㅣ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
임직순(任直淳)은 남달리 풍부한 서정적 감성의 색채주의 화가였다 색채적 표현주의 화가로말 할 수도 있다. 그는 풍경이건 인물이건 또는 정물화건 주제구성과 형상창조를 색채의 필치로 구현 시켰다. 그 색채감각과 표현감정 은1970년대 이 후 다채로움과 생동감이 넘치는 풍성한 붓놀림의 분위기로 자유로운 기량의 발휘를 더 해갔다.
모든 주제 대상과 그 현실미 및 시각을 색채로 파악하여 강조하고 회화적 창조미로 고양시키려고 한 임직순의 예술태도는 말 할 것도 없이 그의 체질적 성정을 반영한 것 이었다. 그는 일상적으로는 지극히 유순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예술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서는 분명히 개성적이었고, 또 한 자신의 회화의식을 명확히 부각시키려고 한 엄격함과 중후함을 철저하게 지향하였다.
모든 대상의 색채적 시각미 추구를 기본으로 하면서 구도의 독특한 충실성과 표현에서의 회화적 자율성이 붓놀림의 능란함 내지 분명함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는 임직순의 독특한 유화맛과 창조성은 선명한 특질을 이룬다. 그의 주제는 크게 세 계열로 이루어진다. 자연풍경의 계절적 정취 주로 화실이나 서재 안의 소녀 또는 젊은 여인의 청순한 모습과 꽃병 혹은 식물화분이 놓여진 문화적 삶의 분위기,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러 색상의 장미를 비롯한 온갖 꽃이 가득히 꽂힌 꽃병이나 꽃항아리를 싱싱한 자연미의 정물화로 끊임없이 연작한 것이다.
양화의 전통적인 세기본 주제인 풍경•인물•정물을 임직순은 그렇게 고루 다루며 그의 창조적 유화 세계를 실현시킨 것이다. 그는 해방 전에 일본의 미술학교에 유학하며 양화계에 진출했지만, 뚜렷한 작가적 위상구축은 1957년의 국전(트辰)에서 실내의 의자에 앉은 여학생을 모델로 하여 그린く좌상)이 대통령상을 차지하면서였다. 그때를 전후하여 국전에서 거듭 특선에 오른 그는 1959년 이후 추천 작가 초대 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속 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그 는 광주의 조선대학 미술과 교수를 역임하기 하면서 제작생활의 여건이 향상되 기회를 누리기도 하였다. 그 시기에 그는 매우 다작을 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임직순의 유화들은 어떤 주제이건 색채적 표현의 남다른 회화성과 필치의 생동적 내면이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을 만 하였기에 많은 애호가들의 호감과 찬탄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화려한 작가생활로 미술계에 군림한 화가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그런 욕심도 없었다. 그는 인정 많은 유순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무한히 겸손하기도 했다.
그러한 임직순의 예술생애 평가를, 그와 수 십년 이상 친밀한 교우관계를 가진 미술평론가 이경성(李慶成)선생이 작가가 생존했던1989년에 한 화집에 쓴 직순론의 결론부분에서 적절히 쓰고 있다.
“화가에게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화려한 표정을 지니고 미술사의 표면을 표류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미술사 속에 끼어서 평범하게 자라가고 날이 갈 수록 보석같이 빛나는 사람 이다.
그렇게 볼 때 화가 임직순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서둘지 않고 뻐기지 않고 꾸준히 황소같이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는 희망한 내일의 영광이 보인다.”(금성출판사간행 <한국근대회화선집> 수록)
이번에 노화랑이 기획한 ‘임직순 작품관’ 에 나오는1980년대 중심의 유화들은 앞에서 말한대로 풍경•인물•정물이 고루 그려진 폭 넓은 내면에 따라 새삼스러운 임직순 재인식으로 다가가게한다. 우선 주제 내용이 모두 친근하며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전형적인 임직순의 세계이다. 자신의 예술 페이스(보폭)를 이경성선생의 말대로 꾸준하고 뻐기는 일 없이 성실하게 지속한 작품들의 시기적 작례(作例)를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다.
그중의 <호수가 있는 풍경>(1986)과 <꽃과 여인>(1983)은 한 시기의 대표작으로 앞에 거론한 화집에 소개된 바 도있다.
그러나 그 밖의 전시작품들 중에도 어느 전시회에 나왔던 것이 있고, 표현성과가 매우 좋은작품들도 적지 않다. 풍경에서 <농가의 시정(詩情)>(1987), <해경(海警)>(1987), <설악동이 보이는 풍경>(1990), <가을의 설악>(1990), <산의 정경)>(1991), <소나무 한쌍>(1995),꽃 항아리와 더불어 그려진 소녀 좌상의 <실내>(1982,1991)그리고 각종 꽃을 눈부시고 풍성하게 꽃은 꽃항아리와 과일등으로 구성한 <꽃>(1987)과 <정물>(1987)등은 색채의 풍부함과 필치의 무게 내지 생동감이 임직순의 전형으로 잘 발취된 작품들 이다.
그림은 본래 필치, 색채, 형상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현대회화의 어떤 양상에서는 무필치, 무색채, 무형상의 평면작업으로 현대적 조형미학을 주창하기도 하지만, 전통적 인감상 대상의 그림에서는 앞에 말한 기본요소가 중요한 핵심이다. 임직순의 작품세계에는 그 요소들이 충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