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Play in the garden
2004년 5회 개인전 이후 박형진의 작품세계는 완전한 자기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텃밭에 자라는 식물들의 거대한 잎사귀와 그것을 돌보는 작은 인물들, 그리고 물뿌리개에서 분사되는 물줄기와 그 끝에 피는 작은 무지개들은 박형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화면에 등장하는 작은 인물들은 화가 자신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 주변적 인물이지만 동화적 표현어법에 의해 등장인물들은 어느덧 보는 사람의 마음으로 전달되면서 그 가꾸기의 노동에 동참하게 된다. 일상적 비밀의 세계는 작가의 영역을 벗어나 이제 모두의 즐거움이 자라는 텃밭이 된 것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개성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대형 식물과 작은 인물’로 그 크기를 반전시킨 결과이자, 대형 화면에 표현된 미시적 관점의 환상 풍경이 만들어낸 효과에서 생겨난 것이다.
최근 박형진은 작은 인물이 들어가 있는 <정원에서 놀기(Play in The Garden)>, <잘 자라라(grow well)> 연작을 그리고 있다. 잎사귀에 물을 주거나 아이들이 노는 정원 풍경이다. 여전히 아이들은 잎사귀에 매달려 있거나 잎사귀 그늘 아래서 나뭇잎을 쥐고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다. 작품의 크기도 100호 이상의 캔버스를 사용하는데 배경으로 떠있는 조각구름과 화면분할에 의한 정원 공간 펼치기 들은 화면의 공간과 서정을 한 차원 넓혀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화면에 등장하는 소재들도 식물뿐만 아니라 물고기떼나 새떼 등이 물뿌리개에서 분사되는 물줄기와 더불어 표현되면서 환상의 영역이 한층 다양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형진의 작업이 일구어낸 개성적 어법은 동화를 잃어버린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정신적 쉼터를 제공한다. 이러한 대중적 호응은 그의 작업이 국내의 화단에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데에서 확인될 수 있다. 하지만 박형진의 ‘작은 주제의 큰 그림’이 주는 의미는 비단 동화적 소재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국한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일상의 배면에 숨겨진 환상의 영역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각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명확한 존재물로 표상하는 작가의 조형적 능력이 간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박형진의 작품세계가 일구어낸 성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화나 우화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작가의 조형언어가 개체적 삶의 울타리를 넘어 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음을 아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From the outset in the mid 2000, when Song dealt with nature as pseudo simulacra, her green color daubing canvases has played a crucial role. Only a few discernable paints belong to the contiguous colors of green. Barely-appearing red is the complementary color of green, and brown works to fade the green. White is used as a void or an empty space rather than a color, suggesting another plane by interacting with the natural and psychological color.
박형진의 동화적 세계는 어른들이 꿈꾸는 이상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순결한 자연과 더불어 살고픈 현대적 심리의 반영이자, 동전의 양면처럼 일상과 환상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채 서로 간섭하는 세계이다. 박형진의 작품에 담은 일상의 10년은 이렇듯 색다르고 건강한 백일몽의 서정으로 채워져 있다.
* 이 글은 박형진의 화집 ‘잘 자라라’(2007 피움 발행)의 서문 ‘일상의 그림자 – 환상’ (김영호: 미술평론가)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임.